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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년 동안 경비 일을 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수필집

    바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왜 경비원이 되었을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경비원이 되는 멋진 점은 일하는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원하는 방식으로 이런 생생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며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예술 작품 속 사람들이 동반자 같은 마을의 주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가 패트릭 브링리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시카고 극단에서 배우 생활을 했던 어머니는 미술에 대한 사랑을 작가의 형인 톰, 누인, 미아, 그리고 브링리에 전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마치 도둑질을 준비하는 도굴꾼처럼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고 살금살금 걸어 다니게 하며 어린 시절부터 미술관을 찾는 연습을 했습니다.

     

    브링리는 11살 때 가족들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처음 방문하였는데 그곳에서 브리얼의 1565년의 작품 <곡물 수확>을 보았고, 예술만이 가진 근본적 아름다움의 힘에 끌렸다고 합니다.
    어떤 예술에 대한 교육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언어를 몰랐음에도 말입니다.

     

    브링리는 말합니다. “그림의 아름다움은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물감과도 같이 과묵하고 직접적이며 물체적이어서 생각으로 번역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마치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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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년 뒤 대학에 진학하며 뉴욕으로 넘어간 브링리는 미술사 강좌에 끌렸고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그는 뉴욕 중심가에 42번가 브로드웨이의 고층 빌딩 속 <뉴요커>라는 매거진 회사에서 화려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퀸즈에 살고 있는 형, 톰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형은 수학 영재였고 촉망받는 생물학자였습니다. 공부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났던 그런 사람이 이십 대의 나이에 암에 걸려 죽게 될 줄은 절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형은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누가 반납해 버린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원래라면 내 결혼식이 열렸을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됐고 형은 영영 떠났습니다.

    한동안은 그저 가만히 서 있고 싶었습니다.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했고 그렇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었습니다.

     

     

     

     

    경비원이 되고 느낀 점

     

     

    경비원이 되고 수많은 작품들과 함께 살다 보니 예술 작품을 책으로 배우는 것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느꼈습니다.
    책 속의 정보는 예술 작품에 대한 지식을 진일보시키지만 예술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은 그를 멈추게 했습니다.
    마치 예술은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며,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브링리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우선 그는 작품에서 특이점을 찾아내고 싶은 유혹을 떨쳐냈습니다. 뚜렷한 특징들을 찾는데 정신을 팔면 작품의 나머지 대부분을 무시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시스코 데코야가 그린 초상화가 아름다운 까닭은 그의 천재성을 반영한 특징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색채와 형태, 인물의 얼굴, 물결처럼 굼실거리는 머리카락 등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네는 시각으로는 길들일 수 없는 세상의 모습을 그렸고, 에머스는 이를 눈부심과 반짝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의 물결 속에서 흔들리며 녹아내리는 수백만 개의 아롱진 반영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위협적이고 산만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주위 자극들은 무디게 만들거나 아예 무시합니다. 모네의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것에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산들, 바람이 중요해지고, 새들이 기적이는 소리가 중요해집니다. 아이가 옹알거리는 소리가 중요해지고, 그렇게 순간의 완전함, 심지어 거룩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예술을 흡수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브링리는 수동적인 태도로 매트와 매트의 소장품들을 일종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관찰했던 태도에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 속으로

     


    경비원으로 일하는 것은 단지 예술 작품들 사이에서만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년 700만 명의 사람들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들어옵니다. 관람객들은 짙은 파란색 정장을 입은 브링리에게 다가가 파리에 있는 모나리자를 묻고, 공룡을 묻기도 하고 또한 이런저런 것들을 소개해달라고 묻습니다.

     

    형이 떠나고 경비 생활 5년이 되었을 때 아들 올리버가 태어났습니다.
    산부인과 진통이 온 바로 그 시간에 딱 맞춰 나타난 그의 담당 의사는 싱 박사였습니다. 브링리의 동료 G 구역 싱 대장이 매일 자랑하던 바로 그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 뒤 딸 루이스가 태어났습니다.

    한때 브링리의 삶의 중심에 구멍이 났던 상실감들은 서서히 사랑하는 가족과 메트로폴리탄 동료들과의 추억으로 메워져 있었습니다.

     

    인생은 깁니다. 브링리는 이제 구석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대신 관람객에게 글자 그대로 세상을 탐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미술관과 작별을 하고 도보 관광 안내자가 되어 보기로 결심을 합니다.
    봄이 오고 일을 시작한 날짜가 다가오면서, 그는 가이드를 하기 위해 조사하고 투어 내용을 적고 사람들에게 들려줄 준비를 하며 정말 신났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일, 정말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일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오신다면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제쳐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찮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
    가능하면 미술관이 조용한 아침에 오세요. 그리고 처음에는 아무하고도, 심지어 경비원들하고도 말을 해보지 마세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눈을 크게 뜨고 끈기를 가지고 전체적인 존재감과 완전함뿐 아니라 상세한 디테일을 발견할 만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세요.
    감각되는 것들을 묘사할 말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어쩌면 침묵과 정적 속에서 범상치 않은 것, 혹 예상치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술품의 제작자, 문화, 의도된 의미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모두 알아내세요.
    그것은 보통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방침을 바꿔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와 다름없이 오류투성이인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니다.
    여러분은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어 용감한 생각, 탐색하는 생각, 고통스러운 생각, 혹은 바보 같을 수 있는 생각들을 해보십시오.
    그것은 맞는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애정 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배울 점이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될 작품은 또 어떤 것인지 살핀 다음 무엇인가를 품고 바깥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렇게 품고 나아간 것은 기존의 생각이 쉽게 들어맞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당신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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