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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만 년 전에 지구에는 적어도 6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딱 하나,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인간종으로 남아있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다루면서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에서 생존해 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인지혁명 – 상상의 질서

     


    우리는 학교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배우며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알고 있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조금 더 늦게 지구에 등장했을 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동시대에 존재했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인간종이 여기저기에 퍼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사피엔스만이 남아있는 걸까? 이유는 단순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그들을 멸종시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수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켰듯이 말이죠.
    호모 사피엔스가 새로운 땅에 도착하면 기존에 거주하던 토착 인류를 몰아냈고,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멸종됐습니다. 네안데르탈인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근육이 발달했고 뇌가 더 컸으며 추운 기후에 더 잘 적응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가 1대 1로 붙는다면 네안데르탈인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지만 50대 50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사피엔스는 다른 인간종들과 달리 고도화된 언어를 이용해 놀라운 조직력을 발휘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적군이다”까지만 표현할 수 있다면, 사피엔스는 “왼쪽 언덕에 적군 근접하면 선두 10명이 친다”는 식의 더 자세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습니다.
    사피엔스는 언어의 발달을 통해 다른 인종과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정신 활동이 가능했습니다.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허구, 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설, 신화, 신, 종교들이 그 대표적인 산물이죠. 이것들은 우리가 집단적으로 공통된 상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덕분에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모여 유연하게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 상상의 힘은 생존 게임에서 유리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인지 혁명으로 지구를 차지한 사피엔스는 농업혁명을 통해 그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납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피엔스에게 불행의 씨앗이 됩니다.

     

     


    농업혁명 – 불행의 씨앗

     


    농업은 1만년 전에 생겼습니다. 우리는 수렵, 채집하는 삶보다 정착하여 농사를 짓는 삶이 더 윤택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농업은 불행의 씨앗이라고 말합니다.
    수렵, 채집인은 수십 종의 먹을거리가 있었고 다양하게 섭취하였기 때문에 영양이 훨씬 풍부했다고 합니다. 또한 사는 반경이 넓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흉년이 들어 한 해에 사과가 열리지 않더라도 다른 과일을 따먹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흉년이 들어도 굶어 죽지는 않았습니다.
    가축을 기르지 않고 모여 살지 않아서 전염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습니다.
    그러나 농업인은 달랐습니다. 단일 작물을 기르고 단일 작물에 의존하다보니 흉년이 들면 굶어 죽었고, 다양한 영양소 섭취가 어려워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가축화로 질병이 생기기 쉽고 함께 군집해서 살다보니 전염병이 빠르게 창궐하였습니다. 또 농사는 생각보다 많은 노동이 들어갑니다. 수렵, 채집인 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출산율이 사망률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먹여 살릴 입이 많아지면서 사피엔스는 더욱더 많은 식량을 키워야 했습니다. 농부는 과로에, 아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정착 생활과 인구 증가는 인구 밀집도를 높였고, 이로 인해 전염병은 더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농경사회는 생각지 못했던 악영향을 가져왔습니다. 좀 더 쉬운 삶을 추구한 결과 더 어렵게 되었고 사람들은 더 어려워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크게 늘어난 인구로 혼란이 야기되자 사피엔스는 예전보다 훨씬 큰 그림에 허구를 지어내 사회적 결속력을 다졌습니다.
    여기서 종교, 정치, 법이 한 번 더 크게 발전합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바벨론의 사회적 질서는 보편적이고 영원한 정의의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원칙은 신들이 읊어준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 법전은 성차별과 계급 차별이 넘치지만, 바벨론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절대적으로 정당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법전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수록 사회는 더 안정화된 것으로 느껴졌죠.
    사람들은 이런 허상을 오랜 시간에 걸쳐 다음 세대에게 교육시키고 세뇌시켜 기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여자이고 노예 신분일지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언급하는 실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론 대부분은 사피엔스가 사회 질서를 위해 만들어낸 허상입니다. 그리고 그 허상은 더 크고 견고한 허상에 의해서만 깨어지죠.

     

     


    과학혁명 - 무지의 인정과 진보 가능성

     


    과학은 수많은 상상의 질서를 허무는 아주 새롭고 거대한 담론이었습니다.
    근대 이전의 전통 지식이었던 이슬람, 기독교, 불교, 유교는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모든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우리가 그 중요한 것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모른다’의 인정에서 ‘알고 싶다’로 인식이 변하게 되고 때문에 과학은 수많은 증명들을 밑바탕으로 시작됩니다. 과학을 통해 밝혀진 사안들은 종교보다 더욱 큰 믿음을 주었고,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사람들을 견고하게 결합시켰습니다.
    근대 이후의 제국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으며, 이는 무지에 대한 인정과도 관련되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서양의 제국주의는 과학혁명과 나란히 붙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대항해시대에 제국주의자들의 탐욕에는 미지의 세계에 관한 호기심이 있었고 과학자들의 탐욕에는 미지의 세계 속 알고 싶어 하는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피엔스는 과학과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 힘과 실질적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회질서는 완전히 바뀌었으며, 정치, 일상생활, 인간의 심리 역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더 행복해졌을까? 더 쉽게 행복해지기 위해 탄생한 농업혁명은 결과적으로 인간을 더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과학혁명 역시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였고, 개인의 삶은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습니다.
    사피엔스는 과학의 힘을 빌어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혁명이 도래한다면 그때는 인간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 학자의 논리를 더욱 재미있고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구체적인 사례들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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