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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필요성이라고 불리는 거짓 문명의 말을 듣고는 한 옛날 책의 말처럼 좀이 파먹고 녹이 슬며 도둑이 들어와서 훔쳐 갈 재물을 모으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인생이 끝날 무렵이면 자연이 알게 되겠지만 이것은 어리석은 자의 인생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1845년 3월 토끼 한 자루를 들고 월든 호숫가의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는 호수 근처에 집을 한 채 짓기 위해 백송 나무들을 하나씩 베어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집을 짓던 곳은 소나무가 우거진 언덕이었는데 나무들 사이로는 호수가 보였고, 어린 소나무와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숲속의 작은 빈터도 보였습니다.
봄날이 서서히 이어지며 겨울 동안의 인간의 불만은 대지와 함께 녹아내렸고, 잠자고 있던 생명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미니멀리즘
소로우는 며칠 동안 작은 도끼 한 자루를 가지고 나무를 자르고 깎고 기둥과 서까래를 다듬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공들여 일했기에 4월 중순경이 되어서야 뼈대가 짜여 집을 세울 준비가 됐습니다.
이보다 앞서 소로우는 제임스 콜린스라는 사람의 판잣집을 사놓았습니다.
제임스 콜린스의 판잣집이 꽤 쓸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이 판잣집을 구매해 집을 헐었다. 판자의 못을 뽑고 몇 차례에 걸쳐 수레로 호숫가로 날라 풀밭 위에 널어놓고 휘어진 것을 펴기 위해 판자를 말렸습니다.
그때가 같은 해 7월 4일이었고 벽의 판자들은 모서리를 비스듬히 깎아 빈틈없이 맞붙였기 때문에 비는 조금도 세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소로우는 빈틈없이 널빤지를 대고 석회를 바른 집을 한 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락방과 벽장이 있고, 양쪽에는 유리창이 하나씩 있었으며, 출입문은 한쪽 끝에 두었고 그 맞은편에는 벽돌 벽난로가 있었습니다.
소로우는 이렇게 집을 짓는 데 들어간 건축 비용을 계산해 보니 판자 8달러, 3과 2분의 1센, 널빤지 4달러 외까지 1달러 25센트 등 총 합계는 28달러 12와 2분의 1센트였습니다.
이 계산을 통해 소로우는 자기 집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연간 내고 있는 집세의 비용으로 평생 살만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당시 하버드 대학에서 솔로가 쓰는 방보다 조금 큰 방을 쓰기 위해서는 1년에 30달러 정도 되는 방세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기숙사는 많은 이웃 학생들이 많아 시끄럽고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만약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여러 시설을 학생과 학교 당국이 서로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면 현재 학생들이나 그들의 부모가 치르는 희생은 1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것이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말이다.
소로우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젊은이들이 당장의 인생을 실험해 보는 것보다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수학 공부만큼이나 그들의 정신을 단련시키게 될 것이다. 가령 한 소년에게 예술과 과학에 대하여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떤 교수가 있는 곳으로 보내는 식의 흔에 빠진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강의되고 실습되지만 삶의 예술은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로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자신이 대학 재학 중 항해학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항해학 과목을 수강할 바에는 차라리 배 한 척을 직접 몰고 항구 밖으로 단 한 번만이라도 나갔더라면 항해술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말이다.
소로는 이렇게 월든 호숫가에 있는 숲으로 들어가 손수 자신의 집을 지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숲속에 집을 한 채 지어보고 바로 깨달은 사실은 대학교 기숙사에 1년 동안 살 돈으로 평생 살 만한 집을 한 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소로우처럼 아무도 없는 숲 속 작은 집에 살기를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한 집에 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소로가 그런 집에 직접 살았다는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입니다.
소로는 집을 다 짓기 전에 10달러나 12달러쯤을 벌어서 임시 비용으로 충당할 생각으로 집 근처에 약 3평 정도 되는 땅에 강낭콩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감자, 옥수수, 완두콩과 무를 심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가 첫 해 농사에 들인 비용은 도구나 종자값, 품삯 등을 모두 더해 14달러 72와 2분의 1센트였습니다. 이 농사에서 얻은 수입은 총 23달러 44센트였고 순이익은 8달러 71과 2분의 1센트의 수익을 냈습니다.
소로우는 약 2년 동안 숲에서 생활하며 이런 것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필요한 식량을 얻는 데는 생각보다 적은 노력만으로도 충분하고, 사람이 동물처럼 단순한 식사를 하더라도 체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꼭 많은 돈이 필요한 건 아니란 걸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숲 속에 사는 2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지만 독자들에게는 되도록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소로우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실험했던 2년간의 숲속 생활을 보여주고, 자신처럼 독자들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홀로서기
숲속에 들어가 혼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다고는 해도 과연 홀로 숲속에서 지내면 외롭지는 않을까요?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살 때 호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종종 소로우의 집에 명함을 남겨놓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그는 숲 속에 살면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가장 감미롭고 다정하며 순수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자연물과의 교제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딱 한 번 그가 숲에 들어온 지 몇 주 되지 않았을 때 혼자 있는 것이 언짢게 느껴진 적이 있었는데 그는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것이 명랑하고 건전한 생활의 필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1시간쯤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기분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식했고, 그 언짢은 기분에서 곧 벗어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종종 집 안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더욱 외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무조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소로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같이 있다 보면 곧 싫증이 나고 주위가 산만해진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혼자 있을 때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면 혼자 있을 때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나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할 일은 없을 겁니다.
월든에서 배운 점
“나는 경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에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소로우는 약 2년간의 숲속 생활을 마치고 숲을 떠났다고 합니다. 자신에게는 숲 속 생활뿐만 아니라 또 다른 몇 개의 인생이 더 있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숲 생활에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소로우는 누군가 자기 또래들과 보조를 맞춰 나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고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만의 발걸음이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들의 발걸음에 따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발걸음을 바꾸며 살아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믿음이 확고하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로우처럼 자신의 믿음을 직접 실천해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나가는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총평
<월든>은 소로우가 자신의 생각을 실험해 보기 위해 약 2년 동안 숲에 들어가서 손수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고,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하게 해주고,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가며 무수히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소로우는 생전에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월든 호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그의 문장이 빛을 바라기 시작했고, 미래를 내다본 그의 철학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직접 가보지도 않은 월든 호수를 상상할 수 있게 되고, 호수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숲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자신이 지금 제대로 길을 걷고 있는 건지 궁금하신 분, 현재의 삶에 너무 지쳐 계신 분,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계신 분이 읽어보시면 좋을 책입니다.